잊혀지는 기억 속에서아버지가 나를 부르셨다. 그런데 순간, 아까 이야기 하셨던 말을 되풀이 하신다. 애써 기억을 더듬으며 내 얼굴을 바라보셨고, 곧이어 웃으며 아니야 하신다.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. 나는 그 짧은 침묵 속에서 무언가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.아버지는 요즘 자주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신다. 어제 했던 이야기를 오늘도, 그리고 내일도 하실 것이다. 때론 먼 기억 속에서 오래전 친구의 이름을 꺼내시지만, 방금 드신 저녁 메뉴는 떠올리지 못하신다. 처음에는 가벼운 실수인 줄 알았다. 나도 가끔 깜빡하지 않던가. 그런데 점점 그 빈도가 잦아지고, 잊어버리는 것들이 많아지고 있다.나는 안다. 이것이 노화의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는 것을,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길이라는 것을. 하지만.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