화장실 청소를 마친 뒤 손을 씻으며 거울을 바라본다. 개운함이 스며든 얼굴엔 어딘가 모르게 작은 뿌듯함이 깃들어 있다. 밖에서는 부엌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힌다.아내는 김밥을 싸고 있다. 김 위에 밥을 곱게 펼치고, 단무지와 오이를 올린 뒤 정성스레 돌돌 만다. 손끝에서 탄생하는 단정한 김밥 한 줄, 또 한 줄. 김밥 말리는 그 모습이 어쩐지 차분하면서도 부드럽다.큰딸은 어묵탕을 끓이고 있다. 국물이 보글보글 끓어오르며 부엌 가득 감칠맛 나는 향이 퍼진다. 다시마와 무에서 우러나온 국물에 어묵이 하나둘 떠오르고, 딸은 조심스레 국자를 저으며 깊은 맛을 더한다. 집 안에 퍼지는 따뜻한 온기, 소박하지만 충만한 점심을 준비하는 순간들.그 사이 창밖을 본다. 강물이 햇살을 머금고 반짝인..